Kong Story

[공형진이 말하는 영화 이야기] 트루 로맨스_2008.2.21

조소연 2010. 7. 22. 22:30

공형진이 본 ‘트루 로맨스’ 탐나는 캐릭터

내가 우선 손꼽는 영화는 1993년작 ‘트루 로맨스’(True Romance)다. 상업영화다운 오락성과 범죄·멜로영화로서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비디오 가게 직원 클로렌스(크리스찬 슬레이터), 철저한 일부일처주의자라는 콜걸 알라바마(페트리샤 아퀘드). 심야극장에서 만난 이들은 하룻밤을 보낸 뒤 결혼하고, 이후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을 치른다. 클로렌스가 아내의 업소에서 아내의 옷가방인 줄 알고 들고 나온 다량의 마약 때문에.

‘트루 로맨스’에서 우선 돋보이는 건 영화적인 설정과 드라마다. 마약을 놓고 벌어지는 범죄영화 틀에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내는, 제목에 걸맞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압권이다. 두 주인공은 물론 시나리오와 감독을 믿고 조·단역을 마다 않은 데니스 호퍼·크리스토퍼 워킨·게리 올드만·발 킬머·새무얼 L 잭슨·브래드 피트 등이 화면을 꽉 채운다. 촌철살인 같은 연기를 보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 사이에 물고 물리는 갈등을 고조시켜 주는 한스 짐머의 음악도 인상적이다.

시나리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썼다. 그가 비디오 가게에서 일할 때 쓴 작품으로 감독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워너 브라더스에 헐값에 넘긴 걸로 알려져 있다. ‘탑건’ ‘크림슨 타이드’ 등으로 유명한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는 1993년 개봉할 때 극장에서 봤다.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인생이 뭐 객관식 시험인가요’ 등에 출연한 뒤 방송·영화사를 열심히 찾아다니던 시절이었다. 이후 비디오·DVD로, 감독판도 구입해 50여번을 봤다. 이런 영화를 하고 싶다는 갈증에 밤을 뒤척이고는 했다. 몸파는 여성이었던 아내와의 사랑을 끝까지 지켜내는 클로렌스에게 반해 내가 그 인물로 출연한 꿈을 꾸고는 했다. 뭘 해도 안 되던 남자가 끝내는 뜻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관객들과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출처 : 스포츠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