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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즈`, 그들처럼 연애하고픈 이 느낌은 뭐?_2011.10.21

조소연 2011. 10. 22. 03:30

"커플즈"행보를 기대하다


"내 가게에서 커피는 절대 안 판다"는 찻집 주인 유석(김주혁)이라는 남자가 있다. 여자친구(이시영)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꽃뱀'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전 재산에 빚까지 얻어 같이 살 집을 구한 이 대책 없는 인간. 결국 여자가 도망갔는데도 잊지를 못한다. 없는 건 대책이고 가진 건 순정밖에 없는 불쌍한 인간. 이 남자가 바로 오는 11월3일 개봉하는 '커플즈'(감독 정용기. 사진)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김주혁 뿐이랴. 톰 크루즈의 '매그놀리아'가 그랬고 브래드 피트의 '바벨'이 그랬으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크래쉬',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의 영원한 전설 '러브 엑츄얼리'가 그랬듯 '커플즈'는 다층에피소드 영화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꼬이고 꼬인, 알고보니 영화속 인연들이 스쳐가듯 만났더라는.

그래서 '커플즈'는 여기에 4명의 남녀를 보탰으니 이시영 이윤지 공형진 오정세다. 이시영은 하필이면 '유석' 김주혁이 꽃다발에 현악반주까지 제대로 갖춰 프로포즈를 한 날 문자 한 통 남기고 간 '얄미운 사랑' 나리, 이윤지는 이런 얼치기 소년 같은 유석이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아주 재수 없는 날에" 만난 여자 교통경찰 애연, 공형진은 '나리' 이시영을 사랑하게 된 조폭, 오정세는 친구 유석의 부탁으로 '고무신 꺾어신은' 나리를 수소문하는 흥신소직원이다.

다층에피소드 영화의 최대 매력은 "아, 그랬었구나" 무릎을 치며 알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은근 숨어있던 인간관계. '커플즈' 역시 이런 영화들의 대대손손 관습법을 착하게 따른다. 처음엔 알지 못했던 이윤지와 김주혁의 인연, 이시영과 오정세의 인연, 그리고 영화 중반이 지나서도 알지 못했던 공형진의 뜨거운 속내. 영화는 아주 리드미컬하게 110분을 밀고 나간다.

영화는 우선 '메멘토'처럼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지가 않다. 게다가 유괴를 소재로 했던 '바벨'이나 인종차별 문제를 건드렸던 '크래쉬'처럼 무겁지 않고, '러브 엑츄얼리'의 알콩달콩 솜사탕 향기를 따왔으되 그 정도로 과장된 운명에 올인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관객에게는 영화 틈틈이(한 10번쯤?) "나도 저런 사랑을 했었지"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최대 선물을 준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도 이 영화를 복되게 했다. 특히 "경찰이 도둑을 잡아야지, 도둑이 되면 어떻게?" 같은 여경 이윤지의 예측불허 멘트와 고양이 같은 깜찍한 표정이 압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때 앞의 사람 배를 찔러대는 이시영의 필시 100% 애드리브일 코믹연기도 재미있다. 물론 대책없이 순수하고 대책없이 순정적인 남자 김주혁을 지켜보는 재미는 기본이다. 15세관람가.

출처 :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