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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스크랩/2002 history

영화 서프라이즈, 내겐 너무 예쁜, 예쁘기만한 영화_2002.6.24

"이 영화 <서프라이즈>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어도 요즘 축구 때문에 사람들이 하도 놀라서…."

지난 6월 19일 있었던 영화 <서프라이즈> 언론시사회에서 무대인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나름대로의 젊은 감각으로 좌중을 재미있게 흔들었다.

"이탈리아와의 축구경기를 보고 밤 11시 강남역으로 뛰어나가 청년들과 어울리다 3시에 돌아왔지만 기쁨과 놀라움에 잠을 자지 못했다"는 이 대표는 "지루했던 영화 <인터뷰> 이후로 여러분께 찾아 뵙는 영화로 오십이 넘은 내가 보기에는 간지러운 영화지만 심판하는 마음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서프라이즈>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유행가 가사와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미령(김민희)은 미국에서 귀국하는 남자친구 정우(신하균)와의 교제를 아버지에게 허락받기 위해 단짝친구인 하영(이요원)에게 공항에 내린 남자친구 '픽업서비스' 및 '낮 시간동안 잘 놀아주기'라는 특명을 맡긴다.

이 모든 혼란스러움은 이날 밤 미령이 정우를 위해 준비할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위해서다. 미령 때문에 졸지에 이상한 여자가 되어버린 하영은 정우와 시간을 같이 보내기 위해 막무가내로 그를 쫓아다니고, 어느덧 둘 사이에는 로맨스가 싹튼다. 하영과 정우, 과연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잘못된 만남을 시작할 것인가?

단편작업을 오래 해오다 <서프라이즈>로 늦깎이 감독 데뷔를 한 김진성 감독은 부인인 변원미 작가와 함께 예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탄생한 영화 <서프라이즈>는 예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

<서프라이즈>는 남녀에게 생길 수 있는 화학작용을 연구하는 12시간에 걸친 긴 실험이다. 남녀는 인천국제공항과 용유도, 호텔과 코엑스, 수족관을 왔다갔다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 여자는 남자의 신분을 알지만 남자는 여자를 알지 못한다. 여자에게 황당하게 이끌린 남자는 점점 여자에게 가까워지고, 신분이 드러난 여자는 점점 남자를 멀리하게 된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게 되다니…. 그러나 누가 여자들 사이의 우정과 의리를 사랑이 깰 수 있다고 하던가. 의리 빼면 시체라는 남자들의 우정처럼 여자들도 진한 우정을 지켜나갈 수 있다. <서프라이즈>는 여자들 사이에도 우정이 존재한다는 이론 위에 남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진리를 덧붙인다.

나름대로 공감이 가는 이 영화는 예쁘게 포장한 두 종류의 알콩달콩한 선물세트같은 느낌이지만 가슴 벅차 오르게 하는 사랑의 감동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며 가볍다. 포장은 크고 예쁜데, 열어보니 솜으로 가득한 선물. 얼마나 놀라운가? 바로 그게 <서프라이즈>다.

김민희의 캐릭터와 연기는 CF 광고에서 보던 그대로 예쁘고 깜찍하다. 공주가 따로 있나. 공주연기를 배우고 싶다면 김민희만큼만 하면 된다. 이요원의 천방지축 푼수연기는 그녀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에 비하면 확실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리얼하지는 못하다. 군인, 킬러, 납치범으로 스크린 나들이를 했던 신하균의 다정하고 순수한 모습이 궁금하다면 <서프라이즈>를 추천한다. 신하균의 이미지 변신은 나름대로 신선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고 놀라운 장면들은 배우들의 예측할 수 없는 엔돌핀 생산 공정을 직접 관람하는 것이다. 자동차 유리에 끼이거나, 울그락 불그락 원숭이처럼 변하는 상상외의 신하균의 모습과 당황스럽게 뻘에 빠져버리는 이요원의 모습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조연으로 출연하는 공효진과 공형진의 감초같은 연기는 그야말로 비주기적인 '서프라이즈'다.

그러나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의 말처럼, 축구의 놀라운 선전으로 다른 것들이 놀랍지 않은 여름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배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