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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기사] '내연모' 막내 손덕기가 본 선배 신하균-공형진 [인터뷰①]_2013.5.28

손덕기(30)는 지난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로 현재 SBS 수목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극본 권기영 연출 손정현)'에서 문봉식(공형진 분)의 보좌관인 박부산 역으로 출연 중이다.

우승 특전이었던 상금 2억원과 드라마 주연급 데뷔, 우승하자마자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1년 반동안 SBS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다.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이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질 때 그는 '내연모'를 통해 작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비록 시청률이 높지 않은 드라마라 할 지라도, 비록 주연이 아닌 조연일지라도, 그에게 '내연모'는 배움이자 그토록 한 줄 올리고 싶었던 필모그래피의 첫 줄이다.

첫 드라마 촬영장, 독립영화와 학생영화를 찍을 때와는 달랐고 '기적의 오디션'과도 달랐다. 수십명의 스태프가 감독의 진두지휘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배우들은 완전한 프로였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됐다. 손덕기는 그 안에서 '프로'의 세계를 봤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가르침을 주는 선배들을 만났다. "저 촬영장에서 보리(전민서 분), 정윤희(민지아 분) 빼고는 막내에요." 손덕기가 만난 선배들의 이야기다.

지난달 2일 진행된 '내연모' 제작발표회장에 손덕기가 찾아왔다. 주연배우만 무대 위에 올랐던 상황, 손덕기는 사회자의 부름에 당황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선배 공형진이 그를 소개했고 그는 조심스럽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인사했다.

"사실 그때 자다가 나갔어요. 전 소속사도 없고 스태프도 없어요. 스케줄표를 보는데 주연배우들의 제작발표회가 있더라고요. FD에게 전화해서 '가도 되냐'고 물었어요. 제작발표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냥 저 혼자 구경하러 갔던 거에요. 근데 우연치 않게 무대에 오르고 집에 온 다음에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정장을 보면서 '이걸 입고 갈걸'하고 후회했죠. (웃음)"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공형진은 조금은 당황했을 후배 손덕기를 위해 직접 그를 소개했다. 공형진의 임기응변 덕분에 분위기는 훈훈했다. 제작발표회장과 촬영현장, 손덕기가 가장 가깝게 만나는 선배 공형진은 그 자체로서 그에게 또 다른 교과서다.

"공형진 선배님이 현장에서 정말 예뻐해주세요. 초반에는 다가가기 힘든 면도 있어요. 방송에서는 편한 이미지지만 오히려 신하균 박희순 형님이 조금 더 편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아무래도 (공)형진이 형은 조금 어렵기도 했죠. 형진이 형은 낯가림이 조금 있으신 것 같아서 어려웠는데, 지금은 서로 장난도 많이 쳐요. 신하균 박희순 형님은 편하게 대해주시지만 자기 이야기는 잘 안하시는 스타일 같은 느낌도 있어요. (웃음)"

손덕기는 공형진과 호흡하면서 연기의 또 다른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공형진 형이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저는 아무래도 첫 작품이니까 진짜 긴장하는데 마음대로 하게 해주세요. 형도 애드리브 편하게 하라고 해주시고. 애드리브가 착착 맞아떨어지면 '잘 했다'고 항상 말해주세요. 현장에서도 저 찍을 때 '손덕기 화이팅!'하고 쩌렁쩌렁 크게 말해주시면 힘이 나요. 그리고 형이 연기에 대해 조언해주고 제가 그걸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배경을 다 깔아주세요."

현장에서 듣는 살아있는 조언은 금과옥조였다. "공형진 형이 '덕기야 이거는 이렇게 하는게 좋지 않아?'라고 하시고 제가 살짝 의기소침해지면 '네가 잘 하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연기를 못하면 대사부터 치라고 말하지 이런 말은 하지 않아'라고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절 혼내시는 건가 싶어서 주눅들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더 힘이 나게 됐어요."

특히 '애드리브의 신' 공형진과의 촬영 중 그게 꼽은 장면은 바로 '이게 뭐지?'(라고 쓰고 '이게 모오지이?'라고 읽는다) 장면이다. "공형진 형 애드리브 진짜 많아요. 저는 그게 진짜 제일 웃겼어요. 4회에서 '이게 뭐지?' 했던 그 장면이요. 공형진 형한테도 '형, 우리 드라마에서 그 대정부 질문 장면이 제일 웃겼어요'라고 말했어요. (웃음)"

"공형진 형은 애드리브를 매번 다르게 해요. 저는 또 그걸 받아서 같이 해요. 그럼 제 피드백에 칭찬해주시고. 주고 받는 연기, 살아있는 연기를 배우는 거에요. 정해진 대로 하는 것도 있지만 허용된 범위 안에서 배우가 어떻게 해야 캐릭터가 생동감있는지를 배우죠. 원칙은 지키되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그걸 배워요. 배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그 사이에서 조율을 정말 잘 하시거든요."

 

 

공형진과 함께 손덕기에게 영향을 미친 선배가 있었다. 신하균이었다. "신하균 선배는 자유로움이에요. '왜 형이 대중에게 사랑받을까'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됐어요. 신하균 형이 촬영할 때를 보면 화면 사이즈가 있으면 사람들은 그 틀 안에서 표정이나 손짓 정도를 움직이면서 연기를 하죠. 그런데 신하균 형은 정말 카메라를 믿고 편안하게 연기해요."

"그저 카메라는 놓아져 있고 배우도 그 화면의 사이즈를 알지만 갇혀있지 않은 거에요. 그렇다고 화면이나 카메라를 무시하고 막 움직이냐, 그것도 아니에요. 한 번은 식사할 때 신하균 형에게 '형,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라고 했는데 형이 웃으면서 '카메라가 따라와주겠지 뭐. 요즘에는 많이 배려해주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날 것'의 연기를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생동감있고 살아있거든요 ."

든든한 선배 배우들은 손덕기가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마음의 짐을 덜었다. 손덕기는 '기적의 오디션'에서 뇌종양 후유증으로 시선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만난 손덕기는 자신만만했고 당당했다. 그리고 첫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난 선배들과 제작진들이 그가 당당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언제 한 번은 박희순 형이 그러셨어요. '세상에 사시인 배우도 많고 요즘 카메라 전부 다 속임수야. 나도 대화하는 장면 찍을 때 카메라 보고 연기해? 아니야, '여기 뭔가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연기를 하는 거잖아'라고 해주셨고, 공형진 형도 '콤플레스는 인정하는 순간 콤플렉스가 아니야'라고 말해주셨어요. 저는 촬영하면서 그리고 연기하면서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않아요."

출처 : 티브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