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뚱맞은 조합은 뭔가 하셨죠? 얘네들(배우 공형진·황정민)은 '미끼상품' 같은 겁니다. 저 혼자 북토크를 한다고 하면 아무도 안 올 것 같아서 염치 불구, 친한 두 분께 부탁했습니다. 나중에 법정 설 일 있을까 봐 잘 보이려고 온 것 같습니다."
30일 오후 3시 20분 서울 서대문 KT&G 상상유니브는 웃음바다가 됐다. 문유석(45)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판사계의 유재석'이라는 홍보 문구만큼은 아니지만 예능 감각이 있었다. 최근 '판사유감'이라는 에세이를 펴낸 그가 독자 200명을 초청해 '판사와 배우의 수다'를 펼치는 자리였다.
(문유석(왼쪽부터) 판사와 영화배우 황정민·공형진이 30일 열린 ‘판사유감’ 북토크쇼에서
법과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문유석(왼쪽부터) 판사와 영화배우 황정민·공형진이 30일 열린 ‘판사유감’ 북토크쇼에서 법과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문 판사는 경복고를 졸업했고 1988년 학력고사 전국 인문계 수석으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1997년 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초임부장일기'로 이름을 알렸다. 공형진과는 중·고교 동창이고 황정민은 "액면으론 믿어지지 않겠지만" 1년 어려도 편하게 지내는 친구라고 했다.
공형진이 "문 판사는 중학교 때부터 성적(性的) 호기심이 많았어요. 인생 살면서 서로 '블랙박스 기능(비밀까지 다 안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하자 문 판사가 움찔하면서 북토크가 시작됐다. 문 판사는 "나는 글쓰기가 꿈이었고, 언젠가 내 시나리오로 이 친구들과 칸(영화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황정민이 조직폭력배를 연기한 영화 '신세계'의 한 대목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문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중 "조폭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문구를 파워포인트(PPT)로 보여줬다. 일종의 직업병. 그는 "일부 젊은 남자들이 조폭을 동경하는 것이 문제다. 조폭에 가입만 해도 최하 징역 2년 이상"이라고 청중을 계몽(?)했다.
공형진을 위해 고른 영화는 '파이란'. 황정민과는 형평이 안 맞는, 많이 찌질한 조폭 역에 "이거 꺼줘요"라며 공형진이 반발했다. 문 판사는 "매우 실감 나는 연기이고 존경한다"고 수습한 뒤 "한국인과 위장결혼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파이란'에서는 다 현실인데 예쁜 여주인공(장백지)만 감독의 판타지"라고 했다.
이날 문 판사의 결론은 ‘타인을 이해하자’였다. “자신과 다른 것, 차이에 대한 용인이 우리 사회에 부족합니다. 우리 셋은 ‘타인의 삶을 체험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며 삽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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