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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 Story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의 공형진③_2006.9.21

-후배 배우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얼마 전 <연애시대>의 이하나도 그렇고. 함께 작업한 후배들이 다들 치사를 하는 거 보면. 본인이 연기를 시작했을 때 곁에서 챙겨주는 선배가 없어서 더 그런 것 아닌가.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형 만나기 전까지 외로움 많이 탔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영화 시작했다가 이후에 <신장개업>하기 전까지 방송사 공채로 들어가 드라마를 했는데 혼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제목을 말하긴 좀 그렇고. 영화쪽으로 다시 오기 전에 출연한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PD에게서 인간적 모욕을 당하고 상식 이하의 홀대를 받으면서 정말이지 마음속으로 칼을 갈았다. 사람을 벌레 취급하는데. 한번은 32시간을 차에서 대기하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내가 자질이 부족한 건가”. 분을 이기지 못해서 사고치면 결과적으로 내가 지는 거다 싶었고, 결국 그 PD의 인간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판단을 내려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웃음)

-승부 근성이 강한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가.

=지는 것을 되게 싫어한다. 어렸을 때도 축구하면 이길 때까지 했다. 룰 바꿔가면서. 집착이 심한 거지. 그런데 이 판에 있는 사람치고 승부 근성 없는 사람 있나.

-올해 공형진을 돋보이게 한 작품은 드라마 <연애시대>다. 공준표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았다. 처음부터 이 정도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감이 좋아서 출연한 건가. 광고에도 출연했고.

=왜 그러나. 광고는 전에도 찍었다. 영화나 드라마 끝나고 그 때문에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연애시대>의 경우, 내 입장에선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러브라인이 있잖나. 캐릭터에서 푸근한 냄새가 나서 좋았고. 또 하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민 같은 것도 들여다볼 수 있겠다 싶었고.

-여자 상대가 있는 캐릭터를 전부터 원했다는 말인가.

=왜 없었겠나. 당연하지. 그동안 너무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에 출연해서. 역할들도 악착같이 빼앗기보다 내주고 받아주는 역할이라서 더더욱 그런 기회가 없었다.

-주위 반응이 궁금하다. 공형진의 멜로 연기에 대한.

=(이)정재는 <연애시대> 보고 나서 코미디하지 말고 멜로하라고 하던데. (웃음) 멜로의 공식 중에 멋있는 남녀 캐릭터들이 꾸며내는 이야기라는 게 있긴 하지만 난 평범한, 그러나 더 애틋한 멜로 연기를 보여주고 싶더라. <연애시대> 하면서 그걸 보여주려고 애썼다.


-상대 배우가 나이 차 많이 나는 후배라 힘들었을 텐데. 이런저런 교감을 하려면 그래도 좀 나이가 얼추 비슷해야 하지 않나.

=이하나랑은 띠동갑도 더 되지. 힘든 건 없었다. 전에 알고 있는 친구였고, 그 역할에 추천했던 것도 나고. 추천했으니 내 책임도 있는 거고. 처음엔 의욕이 너무 앞서서 극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서 좀 어려워했는데 나중에는 스스로 잘 알아서 하니까, 뭐.

-<미스터 총알>도 코믹스릴러다.


=갖고 있던 거 써먹으면서 소진된다는 느낌은 있다. 그런데 난 좀 다른 생각을 한다.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배우라고. 대중이 원할 때까지 계속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최근에 (김)승우 형이 <해변의 여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매력>에 출연하는 거 보면서 옆에서 많이 응원했다. 아직 영화를 못 보긴 했지만. 나도 기회가 되면 김지운 감독님이랑 하고 싶고, 홍상수 감독님이랑 하고 싶고 그렇다.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님과도 다시 해보고 싶고. 승우 형에게 홍상수 감독님한테 내 출연의사를 전하라고 했는데. 김지운 감독님은 내가 이런 이야기하고 다녀서 좀 피하시는 것 같다. 지난해 디렉터스 컷 행사 끝나고 소주 마시는데 김지운 감독님이 와서는 “저 공형진씨, 안 싫어해요. 다음에 꼭 봐요”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비싸서 못 쓴다고 하는데, 그런 감독님들 영화에는 싸게 해야지.

-나이 들면 배우들은 연기를 빼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마이너스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거지.

=그래도 난 플러스 연기를 할 거다. 연기를 빼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건 배우의 궁극의 목표일 순 있는데 과연 그 지점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내 한계를 인정하되 가능한 욕심은 계속 부리면서 조금씩 더해 나갈 거다. 죽어서 남들에게 ‘쉬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자신의 한계가 뭐라고 생각하나.

=꽃미남이 아니잖아. 20대만 하더라도 하면 된다 하는 무데뽀 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 되는 게 있다는 거 알지. 그래도 욕심을 버릴 순 없다. 어느 기사에서 봤는데 <디파디드> 촬영에 앞서 잭 니콜슨이 마틴 스코시즈에게 섹스신을 넣어달라고 했다지 않나. 악한 인물들이 대개 본능에 충실한 것 아니냐면서. 그런 욕심은 부려야 하는 거지.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아직도 배고픈가보다.

=배고프다. 정말 많이 배고파.


출처 : CINE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