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ng Story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의 공형진①_2006.9.21

“나 아직 정말 많이 배고프다”

“나를 왜 만나자고 한 거예요?” 인터뷰 도중 공형진이 대뜸 물었다. 개봉을 앞둔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에 출연해서? 이번 영화에서 선한 눈매와 어울리지 않아 뵈는 악역을 맡아서? 민망하고 딱하게도, 적절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묻나, 싶었을 뿐이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로 데뷔한 지 17년째. 공형진은 언제나 한결같다. 그 한결같음 때문에 “나를 왜 만나자고 했느냐”는 돌발 질문에 꿀먹은 벙어리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변신에 목말라하지도 않고,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그는 그동안 빛나지 않는 빈자리를 쉼없이 메워오면서 ‘코믹배우’, ‘감초배우’ 같은 그닥 달갑지 않은 수식을 얻었지만, 여전히 “대중이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촬영현장에서와 달리 나긋한 말투로 조근조근 답변하는 그의 말을 뒤로하고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올 무렵 불쑥 궁금증 하나가 떠올랐다. “매일 먹는 밥은 지겹지도 않나. 그런데 사람들은 밥을 왜 매일 먹는 걸까?” 돌아서 되묻고 싶어졌다.

-기자시사 무대인사할 때 없더라. 그런 자리에서 항상 입담을 발휘하곤 했는데.


=<미스터 총알> 촬영이 있었다. 영화는 저녁 시사 때 봤다. 촬영이 없었으면 갔겠지.

-악역은 처음 아닌가.


=<가문의 영광> 시리즈가 처음이다. 2편할 때 처음 제안받은 건 원래 백호파 둘째였다. 그런데 좀 부담스럽더라. 똑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같고 해서 차라리 악역하겠다고 했다. 이번엔 봉 검사가 백호파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하지 않나. 내가 어떤 모티브를 줘서 이야기를 펼치다보니까 인물의 개연성이나 행위의 당위성을 마련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다.

-촬영 내내 김해곤과 붙어다녔을 텐데.


=해곤이 형, 아니 김해곤 감독님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좀 많다. 노멀하고 힘주지 않는 연기는 해곤이 형이 굉장히 잘한다. 그런데 이번엔 좀 망가져야 하니까 힘들어하더라. <파이란> 때부터 알고 지내면서 정든 사이라 내 입장에선 편했다. 애드리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상대방이 편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당황하지 않겠나. 해곤이 형은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쉽게 애드리브를 하고 넘어갈 수 있기도 하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바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편한 상대가 있었다면, 어려운 상대도 있었을 텐데.


=신현준. 전부터 친해서 잘 놀던 사이이긴 한데 최근 몇년 동안 같이 작업한 적이 없었다. 예전의 좋은 느낌들은 있는데 그때의 기분을 되살려서 주고받긴 좀 그렇더라. 조금 서먹했던 거지.

-마지막 결투 때 신현준에게 “기름진 아랍새끼야”, “코는 왜 아직도 저렇게 자라냐”라고 하는데 그건 애드리브 아닌가.

=애드리브다.

-강도 높은 애드리브를 했다는 건 편해졌다는 건데.


=그런 애드리브하면 너무 좋아한다. 형이 워낙 유쾌한 성격이기도 하고 해서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어떨 때 보면 ‘나를 제발 좀 죽여줘’ 하는 마조히스트 같다. (웃음) 영락없이 난 사디스트가 되는 거고. <상상플러스> 녹화하는데도 굳이 나랑 같이 하겠다고 해서 그래 원하는 대로 죽여줄게 하고 나갔다.

-2편이나 3편 모두 백호파에 방점이 찍혀 있다. 뒤늦게 둘째 역할을 할걸 하는 생각은 안 했나.

=아니. 욕심낸 적이 없으니 후회도 없다. 변신까진 아니더라도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다. 둘째를 했다면 함께 어울리고 재밌게 촬영했겠지만, 봉 검사 역할 또한 다른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내 걸 조금은 찾았다고 생각한다.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의 공형진②에 계속

출처 : CINE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