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맡아왔던 인물들은 언제나 ‘우리 편’이었던 캐릭터였다. 친근한 옆집 형 같은, 언제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실 그러한 기존 이미지 때문에 악역 연기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 게다가 이번 역할은 그냥 나쁜 놈이 아니라 웃기기까지 해야 하지 않나.
=생경하다, 생뚱맞다, 그럴 수 있다. 다만 이걸 좀 감안해줬으면 한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에서 악역은 최대한 리얼하게 얼마나 나쁜 놈인가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중간중간 관객과 호흡하면서 때론 웃음도 줘야 하는 거다. 극중 봉 검사는 치를 떨 만큼 나쁜 놈일 수 없다. 백호파 식구들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일 뿐이다. 계속 인상 쓰고 있을 순 없는 거지. 나름대로는 주도면밀하게 꿍꿍이를 꾸민다고 하는데 실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그런 캐릭터다.
-백호파 못지않은 웃음을 줘야 하고, 동시에 백호파한테는 위협을 가하는 캐릭터여야 했는데. 그걸 섞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고, 실제 영화에서 보면 좀 불안하기도 하다.
=따지고 들면 틈이 많다. 봉 검사처럼 어수룩한 검사가 어딨나. 이를테면 봉 검사의 지시로 하수인들이 김치 배달 트럭을 막아세우는 장면을 봐라. 그게 말이 되나. 안 된다. 근데 이번 영화는 시리즈 3편이다. 만든 사람과 배우들과 관객이 이런 장면은 넘어갑시다, 할 수 있다고 본다. 은연중 약속인 거지. 사실 이 영화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나, 이 장면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하고 달려들면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그러나 재미라는 측면에서 마음을 열고 접근하면 다른 평가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예를 들어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만은 웃음을 주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다. 무거운 이야기에 기름칠 하는 명확한 역할과 책임이 있다. 반면 이번 영화는 코미디지만 웃음을 주는 포인트와 타이밍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웃겨야 하는 게 맞나, 하는.
=누군가는 나보고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제를 전하는 건 장동건이나 원빈이 아니라 공형진이라고 하던데. 이념도 사상도 없는 전쟁터에 끌려와 형제들에게 총을 겨눠야 했던 당시 민중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인물이라면서. (웃음) 애드리브의 경우,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영화가 더 어렵다.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데 중구난방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겠나. 애드리브 하나를 하더라도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가야 하는 거니까. 반면, <가문의 부활> 같은 경우는 굳이 연관을 따지지 않아도 된다. 관객을 이완시킬 수 있다면.
-첫 장면은 봉 검사의 감옥 수련 장면이다. 대역인가.
=아니다. 돌려차기하는 거 말고 직접 했다. 와이어 차고.
-와이어는 처음 탄 것 아닌가. 처음 타면 아플 텐데.
=잘 모르겠더라. 액션장면 보고서는 다들 앞으로 액션영화 섭외 들어오겠네, 하던데. (웃음) 무술감독님이 합 짜주면 그거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되는 거니까.
-요즘은 전과 달리 개봉 전 VIP 시사회가 의례적인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다른 동료들의 영화들을 볼 기회가 많을 텐데, 가끔 친한 선후배들끼리 모이면 서로의 연기에 대해서 직언을 주고받나.
=요 근래 장동건, 김승우 등과 자주 어울린다. 대단히 불안, 불안하던데 그래도 중심 잡고 잘 가더라, 뭐 이 정도 수준이지. 오버할 것 같았는데 죽여서 가더라, 뭐 이런 식으로. 연기가 이렇고저렇고 하는 식의 품평할 만한 사이도 아니고 그런 시기는 좀 지나기도 했고. 연기보다는 영화에 대해서는 터놓고 이야기하지만.
-모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찌르기보다는 다독이는 스타일인데.
=어렵게 찍었다는 걸 아니까. 남들은 알 수 없는 고통을 아니까. 북돋워줄 수밖에 없다. 크나큰 오류라면 짚어줘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칭찬이 비판보다 훌륭한 보약이다.
-배우는 비판보다 칭찬을 먹고 자라나보다.
=그렇지. 못한 건 누구보다 배우 본인이 제일 많이 안다. 안아줘야 다음 작품에 들어가서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거지. 스스로 추스려야 전보다 풍성해진다.
<가문의 부활: 가문의 영광3>의 공형진③에 계속
출처 : CIN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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