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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 Story

공형진 “이제 징하게 울리는 연기를 하고 싶다”_2005.10.17

이제 징하게 울리는 연기를...

 

 

2003년에서 2004년까지 개봉작은 대체로 공형진(36)이 나오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 갈린다는 우스개가 통할 정도로 공형진은 한때 주춤했던 연기생활의 한을 풀 듯 다작했다.

그 속에는 주연으로 출연했던 ‘동해물과 백두산이’나 ‘라이어’도 있었고,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흥행대작이 있는가 하면 ‘오, 브라더스’나 ‘위대한 유산’ 같은 카메오도 있었다.

사람 좋은 성격 때문에 매니저도 모르게 출연을 약속하며 작품목록을 늘렸다. 어떤 장면의 어떤 역할을 맡아도 확실하고 안전하게 ‘한방’을 해 주기 때문에 많은 감독이 그를 쓰고 싶어했다. 만일 ‘흥행 몇 만 배우’라는 이상한 계산법을 적용한다면 그는 적어도 ‘2000만~3000만 배우’는 족히 될 것이다.

그가 등장하면 드라마에 활력과 가속도가 붙는다. 현재도 ‘가문의 위기’는 600만명 고지를 향해 가고 있고, ‘미스터 주부 퀴즈왕’도 순항 중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10년 만에 본격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한석규와 보여 준 앙상블은 일치된 호평을 받았다.

“이제 징하게 울리는 연기를 한 번 하고 싶습니다. 작품이나 인간관계에도 조금 더 까다로워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

가을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형진은 만나면 금방 ‘형, 아우’ ‘오빠, 동생’할 것 같은 넉살에 사람 좋은 웃음과 장난기가 여전하다. 과연 까다로워질 수 있을까 우려(?)도 된다. 그는 “내 출연작 중에는 누구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잘못된 선택조차도 배우 공형진의 몫”이라며 정색한다.

공형진은 10여년 연기인생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연기전공이 아닌 연출전공으로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1990년 대학 2학년 체육대회 때 보인 넉살과 끼가 이춘연 시네2000 대표의 눈에 띄어 청춘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에 전격 주연으로 발탁됐다. 이듬해에는 SBS 탤런트 공채 1기에 합격했다. 당시 1기 반장으로 그해 MBC 신인탤런트 반장이었던 한석규와 ‘조인트MT’에서 만난 인연도 있다.

시작은 운이 따랐지만 탤런트 활동은 기대만큼 되지 않았고, 그는 불쑥 유인촌의 극단유에 입단했다. 연극무대를 거쳐 군제대 후 잇따라 본 영화 오디션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가 터진 게 99년 ‘파이란’이었다.

“갓난아기 눕혀 놓고 돈이 없어 아버지 앞을 쭈뼛쭈뼛 서성이다가 되돌아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그가 스크린에 등장하면 일단 웃을 준비부터 하는 팬들은 공형진에게 큰 부담이지만 그는 “언젠가 공형진이 한 번 크게 울릴 것”을 확신한다. 이제까지 그는 옆에 있던 많은 스타들을 더 빛내는 자리에 있었다. 최민식도 장동건도 한석규도 그랬다. 반전을 거듭해 온 공형진의 연기인생의 다음 반전은 스스로 빛나는 그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닐까.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