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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다망

[공형진의 공사다망] 행복한 자리매김_2009.10.19

지난주 16일 제14회 부산 국제 영화제가 무사히 막을 내렸다. 매년 내공을 쌓아가기 시작한 PIFF는 벌써 청소년기로 접어들 만큼 튼실하게 자랐다. 처음에 시작할 때에 척박한 환경과 부족한 인프라도 성공에 대한 회의가 지배적이었다. 그런 기억들을 통렬하게 비웃기라도 하듯 근사하고 멋진 모습으로 매년 성장세가 놀랄 만큼 눈부시다.

전통과 권위를 지닌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 저런 영화제를 갖고 자랑스러워 할까라며 마냥 부러운 시선을 가진지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데 이젠 부산 국제 영화제가 그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고 있다. 우리도 가슴 벅찬 뿌듯함을 맘껏 지니고 자랑스러워해도 무방할 듯 싶다.

벌써 14회째를 맞은 PIFF는 그 규모나 질적 콘텐츠 또한 여타 국내외 영화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적 큰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김동호 집행위원장님을 비롯 안성기 선배님 등 대한민국 대표영화인들의 눈물나는 노력과 정성으로 빚어낸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산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문화적 자긍심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지닌 천혜의 환경과 알맞은 기후 그리고 부산 시민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열정과 뚝심으로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큰 행사로 키워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큰 보람과 기쁨을 맛 보았다. 예전에는 스케줄 관계상 겨우 개막식 정도만 참석을 했는데 요번에는 여러 가지 일들로 부산에서의 열기를 직접 체험하고 즐기고 나니 훨씬 기분도 좋았고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 큰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만면의 미소와 성실함으로 뒤에서 묵묵히 자기 자리를 든든히 지키고 있었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평균 8:1의 경쟁률을 뚫고 보람을 느끼며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분들을 보니 훨씬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자원봉사는 사명감과 소신이 없이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봉사와는 그 의미와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밥조차 본인들 스스로 해결할 만큼 자기지역의 큰 축제를 지키고 치러내는데 무한한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지니고 있었다.

그분들의 친절한 봉사에 축제는 빈틈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불협화음 없이 견고해 지고 있었다. 바로 이런 분들 때문에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적 문화 축제가 행복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흐뭇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정말 즐겁고 보람된 행사였다.

P.S - 벌써 내년이 기대된다...


출처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