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였다. 주위에서 물었다 "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막연히 그 질문을 받을 때엔 무어라 딱히 대답을 못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무엇이 되어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되고 싶었던 것도 많았던 것 같다.
제도권 교육을 받고 진로를 결정해야 할 무렵 과연 내가 무엇을 해야 행복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배우라는 목표를 가지고 지내온 지 벌써 햇수로 20년째가 되고 있다.
처음 목표를 가지고 도전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약점투성인 사람이다. 적어도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여러 가지의 요소 중에 무엇 하나 완벽하게 충족되는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성기 선배의 인자함과 온유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민식 선배의 카리스마가 있지도 않고 장동건 같은 출중한 외모가 뒷받침 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어떻게 배우로서 자기자신을 부각해야 할지 감이 서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본의 아니게 좌절과 자괴감에 괴로워할 때도 적지 않다. 철이 없던 유년시절 나는 내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뭐든지 다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어떤 자신감에서 나왔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저 내가 하는 일이라서 무조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꽤 무식하게 밀어 부쳤던 시절이었다. 해마다 그 믿음은 나름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치열한 경쟁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나는 내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신감만으로는 부족한 자신을 깨닫게 되고 말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확연하다. 아마추어는 결과에 관계없이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열심히 하되 잘 할 필요는 없다. 그치만 프로는 다르다. 과정보단 결과가 중요시한다. 프로는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잘해내야 하고 반드시 무언가를 승리로 마무리 해야 한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잘해내는 것에는 열심히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 배우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자신의 믿음과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선되는 것처럼 지금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그 두가지 덕목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많이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내가 나를 못 믿고 자신없어 한다면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기분수를 아는 것과 무한한 자신감과는 분명 차이가 있고 다르다.
두려움, 괴로움, 외로움, 슬픔, 아픔, 절망, 낙심, 고민, 고통, 포기, 패배, 낙오 등의 반대말이 자신감이란 얘기가 있다. 믿음이란 단어 앞에 수식어가 따로 붙지 않는다. 확고한, 절대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면 이미 그것은 믿음이 아닌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인생의 참된 승리자가 되는 날까지.
P.S - 인생 뭐 있간?
출처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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