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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다망

[공형진의 공사다망] 별이 지다_2009.9.7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 하신 말씀 중에 '거자필반, 회자정리'란 말이 있다.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분명히 있다는 말로 기억한다.

지난주 나는, 아니 우리는 또 한번의 너무나도 애석하고 원통한 원하지 않는 이별을 했다. 무어라 표현할 수도 없을 만큼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기에 나 또한 참담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고 장진영! 살아 생전의 그녀를 추억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다. 올해에는 왜 이리 우리가 사랑하는 분들이 유명을 달리하시는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녀가 보여준 모습들은 커다란 유리구슬처럼 맑고 밝은 것들이어서 더욱 슬프다. 무척이나 컸던 눈망울이나 화사한 웃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행복한 기분들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의 건강악화를 지인을 통해 들었을 때 하늘이 참 무심하다고 생각했었다. 필자와의 인연 또한 각별했기에 믿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의 맑고 고운 심성때문에라도 반드시 병마를 이기고 건강을 되찾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여러 차례 기운을 내고 잘 버티며 지치지 말고 꼭 이겨내라고 내 마음의 염원을 그녀에게 전했을 때마다 고맙다고 반드시 그러하겠노라고 얘기했던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런 결과를 얻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다.


그녀는 착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진영이는 남에게 아픈 소리를 하는 법이 없었다. 따뜻하고 여린 심성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누구와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는 예가 없었다. 늘 웃는 얼굴이었고 조그만 은혜나 혜택에도 진심으로 고마워 할 줄 아는 그런 후배이자 동료였고 예쁜 동생이었다.


그녀가 아주 오래 전 나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의 배우 생활과 행보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답답함을 토로해 달래주느라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도 얼굴 예쁜 여자 연예인들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배우로 자리매김을 하려 했던 욕심과 자책으로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매사 작품에 대한 열정과 끈기 성실과 노력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했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영면은 더욱 믿기질 않는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렇게 좋은 배우 한 명이 탄생하기는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 뭐가 그리 급하셔서 이렇게 훌쩍 데려가셨는지…. 할 수만 있다면 거칠게 따지고 싶고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전생과 후생을 믿는 나로서는 나중에 다시 만나리라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슬픔을 달래본다. 그녀 가는 길에 끝까지 함께하고 지켜준 그녀의 남편분께 깍듯한 경의와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이제 부디 고통 없는 평온한 세상에서 편히 쉬며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있길 빈다.

p.s - 진영아 진영아 진영아….


출처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