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평창동이다. 평창동에서 산 지 28년째다. 평창동은 조용하다. 뒤로는 북한산을 등지고 있어 공기도 서울시내치고는 대단히 깨끗하다. 부모님댁도 지근거리에 있다. 내 누이의 집도 근처다. 우리 가족 모두 평창동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아버지께서 이곳에 집을 지어 이사를 오셨다.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거쳐 지금까지 평창동에서 토박이처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꿈을 키우며 성장했고 별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곳에서 살아갈 생각이다. 이곳에서 아이를 낳았고 집을 마련했으며 아직도 나의 꿈을 향해 뭔가를 계획 중이다. 아버지는 나에게 북한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키우길 바라셨다.
뜬금없는 동네 타령인 이유는 내 아들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이곳의 환경에서 자랐는데, 나의 분신인 아들 준표도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 난 아직도 내 6학년 시절의 기억이 또렷하다. 비로소 내 아이와 난 똑같은 시절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난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 분은 내 인생의 가장 크고 위대한 롤 모델이요 정신적 지주다. 내 인생의 방향을 자상하고 훌륭하게 길잡이를 해주셨다.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내 삶의 지침이 되어 주시고 있다.
그렇다면 난 어떨까? 내 아이에게 좋은 아빠로 지내고 있나? 자문하게 된다. 요즘 '프렌디'란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친구의 프렌드와 아빠의 대디가 합쳐진 '친구같은 아빠'란 뜻이란다. 세대가 세대인 만큼 난 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진 못했다. 아버지는 아버지였지 친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난 되도록 내 아이와는 친구처럼 지내길 바라고 또 원한다.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내 아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아직 성장이 더딘 편이다. 그런지 내가 보기엔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는 게 영 믿기질 않는다. 그래서 난 요즘 조급하고 답답한 나머지 괜스리 짜증을 많이 내기도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얘기가 있다. 나 역시 지적보단 칭찬으로 아이의 기를 살리고자 애쓴다. 하지만 문득 스파르타의 유혹을 떨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믿음과 칭찬이 가장 효과좋은 교육의 방법인줄 잘 알고 있다. 부디 내 아이가 이 좋은 공기를 마시면 하루빨리 내가 원하는 대화를 나누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물론 욕심 많은 못난 아비로서 말이다.
P.S - 준표야 잘하자! 안그럼 너…
출처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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