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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다망

[공형진의 공사다망] 자연재해, 하늘의 심판_2009.8.17

올 여름 또 한편의 한국영화의 경사가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한국영화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올 여름에 단연 화제는 800만 관객을 넘어 1,000만 관객 동원을 목전에 둔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ㆍ제작 JK필름)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화려한 캐스팅, 거기에 섬세한 감독의 연출력과 묵직한 컴퓨터 그래픽까지! 그야말로 제작진과 배우와 스태프의 땀과 열정의 노고가 관객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녹아들며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없이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로 우리 영화의 기술적 발전과 더불어 할리우드 대작들과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영화는 많은 뒷얘기들을 만들어 내며 지칠 줄 모르는 순항을 하고 있다.

영화의 소재는 '쓰나미'라는 재난이다. 실제로 몇 해 전 동남아의 엄청난 재난에서 불행한 현실을 목격했다. 우리들은 호기심과 기대로 이 영화를 지켜보았다. 우리에게는 무관한 얘기라고 치부하면서 그 당시의 사건을 불구경하듯 지켜본 우리들은 비록 가상의 얘기였지만 영화가 주는 섬뜩함과 교훈을 얻게 됐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나아가서 왜 그런 일들이 벌어져야 하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됐다. 눈앞에 현실이 벌어져야 인지하고 그 때 가서 허둥대며 후회한다 해도 그땐 이미 늦는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자 자연재해라고 못 박을 우리들이기에 더 없이 미약하고 한심한 존재들이 바로 우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쓰나미'같은 재난은 '천재지변이자 자연재해'일까? 그래서 아무런 대책도 방비도 할 수 없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 날과는 전혀 무관한 하늘의 심판일까? 문명이 발달하기 전 원시시대에는 분명 장마에 이은 홍수나 해일 등이 자연재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처럼 보이는 재난들은 분명 '인재'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아름다운 삶의 터전인 지구를 우리는 지켜주지 못하고 혹사시켰다. 뭐든지 영원한 것은 없다. 은하계에 있는 행성 중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만큼 아름다운 천혜의 환경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런 지구를 우리 인간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소중히 관리하지 않았다.

최근에 나타나는 이상징후들을 보라. 지구온난화에 이은 해수면의 변화와 해수온 상승으로 빙하는 계속 녹아 내리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에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해서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나? 몇 해 전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나라 인근에서 해파리들의 습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걱정한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도 급격히 늘어난 해파리들 때문에 조업을 포기한 어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뉴스를 보면서 이제 점점 위기가 코앞에 닥치는 것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내 자신을 보았다.

우리가 누리는 이 천혜의 자연환경이 반드시 우리에게 준엄한 심판을 할 것이란 예측은 비단 나만이 하고 있는 걱정은 아닐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환경보호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을 기울여야 할 때다. 분명 우리는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S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출처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