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뉴스를 통해 인상 깊은 장면을 본적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실에 30년 반목을 거듭한 동지이자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문안을 다녀오는 장면,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병문안이 그것이다. 그 광경을 보면서 언뜻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 이제 조용하게 주변정리를 하시는구나. 혹시 가실 때를 직감하시는 게 아닐까?' 한 분은 일생을 통해서 정치적 의기투합과 반목을 계속 반복하며 편치 않은 관계였고, 한 분은 당신의 인생에 불합리한 사형선고라는 치명적 아픔과 고통을 주었던 관계였는데 병문안이 가능할 수 있을까?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숙연해졌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적잖은 충격과 비탄에 또 한번 빠지고야 말았다. 김대중 15대 대통령이 서거했다. 올해 우리나라는 국가의 큰 지도자들을 세 분이나잃었다. 김수환 추기경님,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국가의 어른들을 몇 개월 새 잃었다.
실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발성 장기부전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폐색전증 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란만장했던 생을 마감했다. 지금 세계의 언론들과 지도자들의 애도가 밀려들고 있다. 그분의 생전의 업적과 숭고한 뜻을 세계인들도 공감하고 인정하기에 몹시도 안타까워하는 듯 하다.
어찌 보면 마지막 가시는 뒷모습이 평안하신 것 같아 마냥 슬퍼할 일만은 아닐 듯 싶다. 이제는 근심걱정 없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분의 일생을 돌이켜보면 정말이지 인간승리의 표본과도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굴곡이 심했다.
정치인생에서 죽을 고비만해도 5번이나 겪었고, 4번의 도전 끝에 일국의 대통령으로 국민을 이끌었다. 물론 인간이기에 공과가 어쩔 수없이 가려지겠지만 역사가 평가하는 그분의 인생은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정치적 신념이 평화와 화합이었고 합리적 판단과 결단으로 민주화를 온몸으로 보여주신 노벨 평화상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대표 지도자요, 어른이었다. 그분의 업적이 반드시 후대에 올바른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그토록 바랬던 분이셨고, 한반도 긴장완화에 지대한 노력을 그토록 바랬던 분이셨고,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도 모두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소설가 이외수는 "하나님 이제 대한민국을 버리시는 일만 남으셨습니다"라고 애석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슬픔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분은 앞으로도 그 인자한 미소와 함께 우리나라를 또 국민들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순탄치 않았던 인생만큼이나 이제는 편히 쉬실 때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부디 고통 없는 곳에서 영면하시길 빈다.
P.S -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출처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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