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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 Story

People 1-① “업복이에게 공형진을 투영시키려 했다”_2010.4.14

“업복이에게 공형진을 투영시키려 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담배를 많이 피웠지?” 공형진의 말대로 인터뷰를 진행한 테이블 위 종이컵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그만큼 그 특유의 유쾌한 웃음이 종종 터지는 가벼운 대화 가운데에서도 그가 말한 이야기들은 농담과는 거리가 먼 무게감을 가지고 있었다.

“20년 동안 초밥을 만들었으면 초밥의 달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그의 말처럼 거의 20년 동안 연기라는 필드 위에서 자의식 있는 배우로서, 또 현장 분위기의 조율자로서 그가 쌓아온 가치관은 장동건이나 현빈 이야기 없이도 충분히 흥미롭고 경청할만한 것이었다.


다음은 왜 그가 MBC ‘무릎 팍 도사’에서 자기 얘기 좀 하자고 했는지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형진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Q 몇 달 동안 KBS <추노>의 업복이로만 봤는데 이렇게 캐주얼한 의상 입을 걸 보니 새롭다. (웃음)
A 업복이가 입던 건 옷이 아니었지. (웃음)

Q 거의 8개월 동안 그 옷만 입고 있었는데.
A 재밌었다. 첫 사극이라 힘든 것도 있었지만 헤어나 메이크업, 의상을 신경 쓰지 않아서 편한 것도 있었다. 더구나 노비니까 지저분하면 지저분할수록 좋고.


“업복이의 마지막 장면 콘티는 내 생각”


Q 그런 면에서 업복이의 비주얼적인 면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나.
A 분명 중요한 부분이고 감독님과 그 때 그 때 많이 상의했지만 그보다는 극중 업복이가 쓰는 강원도 방언과 말투로 그의 정서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더 신경 쓰였다.

Q 디테일을 이야기했는데 업복이는 당신이 연기한 그 어느 배역보다 미세한 표정 변화가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A 많은 분들이 이번 연기로 나의 색다른 모습을 경험했다고 하시는데 사실 예전에 연기했던 조금 코믹하고 유쾌한 역할도 그 안에서의 희로애락은 있었다. 또 <추노>가 정통 사극이라기보다는 민초의 와일드한 삶을 담은 퓨전 사극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업복이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 예전보다 더 큰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멋있게 보이려하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배우 공형진이 가지고 있는 걸 업복이에 투영시키려 했다. 다행히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봐주셨고.


Q 편하게 연기했다고 했는데 업복이가 궁 안에서 난리를 일으킬 때, 대길이(장혁)나 송태하(오지호) 같은 캐릭터와는 달리 비장하기보다는 좀 무심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더 신선했고.
A 내가 항상 연기에서 추구하는 것 중 하나는 가장 긴박하고 긴장되는 순간에 어떻게 힘을 빼느냐다. 내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어떤 극단에 이르면 오히려 모든 걸 놓고 담담해지는 게 가능할 거 같았다. 업복이의 경우 초복이를 짝귀네 산채에 보내고 ‘절친’ 끝봉이의 죽음을 보고 넋두리를 할 때 이미 마음을 굳혔을 거다. 단순한 복수라기보다는 “우리 같은 노비가 있었다”는 걸 알리고자 했던 사람에게 큰 표정의 변화는 없지 않을까. 업복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울분은 자기의 주인 양반을 죽일 때 다 토해냈다고 생각했다.

Q 그 덕에 마지막 회에서 업복이가 관군에게 깔려 궁궐 바깥을 바라보고, 그걸 보는 반짝이 아버지가 주먹을 쥐는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만약 거기서 업복이가 비분강개하고 스스로 주먹을 쥐었다면 과했을 거 같은데 그냥 조용히 쳐다보더라.
A 사실 그 콘티는 내가 만든 거다. 대본에는 그냥 ‘업복이가 잡히고 상노와 눈빛을 마주친다’ 정도의 지문이었는데 내가 땅바닥에 깔려 얼굴을 발로 밟히는 걸 요구했다. 그러면서 상노와 공교롭게 눈이 마주치고 궁궐 문이 닫히며 모든 것이 정리되는 시점에서 업복이의 표현이 어때야 할지 생각했다. 아쉬움과 미련이 없진 않겠지만 더는 회한이 없는 표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만약 소리를 지르고 저항했다는 그런 느낌이 반감됐겠지. 또 과연 업복이가 죽었는지 아닌지도 관객의 몫으로서 남겨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좀 더 담백한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다.


[People 1-② “업복이에게 공형진을 투영시키려 했다”에 계속]

출처 : 10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