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보다 훨씬 업그레이드가 되고 싶어
"이 제목으로 기사를 쓸까요?"
"뭐, 마음대로...다만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알아서 해주세요."
그랬다. 공형진은 오해 받기 쉬운 배우다. 그건 그가 선입견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 전문 배우, 장동건과 친한 배우, 미친 인맥, 까칠한 배우 등등. 선입견은 때론 사실이지만 결국 선입견일 뿐이다. 선입견 때문일까? 그는 영화를 잠시 떠나 TV에 둥지를 틀었다.
'택시'를 몰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라디오 '공형진의 씨네타운'에선 영화음악을 틀었다. '추노'에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순수하면서도 의지가 굳건한 역도 연기했다.
그랬던 공형진이 돌아왔다. 2일 개봉하는 '커플즈'(감독 정용기)에서 그는 전직 조폭 역을 맡았다. 공형진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전직 조폭이라고? 당연히 웃기겠지, 란 선입견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 남자 안 웃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돈을 들고 도망간 여자를 말없이 용서하는 순정남을 연기한다. 안 웃긴데 또 웃긴다. 그건 '커플즈'가 갖고 있는 기운 때문이기도 하다. '커플즈'는 각기 다른 남녀들이 하루 동안 얽히고설키면서 벌어지는 사랑의 기운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웃기지만 묘한 구석이 있다. 공형진은 그 묘한 기운을 담당한다.
안 웃겨서 오히려 반가웠는데.
그게 우리영화가 갖고 있는 의외성 때문인 것 같다. 안 웃긴 것 같으면서 또 웃기는. 그런 게 강점이 아닐까.
언제 제안을 받았나.
시오필름에서 처음 준비를 했을 때부터 제안을 받았다. 원래는 오정세가 맡은 복남 역이었다. 제작이 지연됐다가 다시 연락을 받았을 때 지금 역할을 받았다.
그동안 영화에서 소비되던 코믹한 역할일 줄 알았는데 또 다른데. 그런 점을 의식했나.
2~3년간 '추노'와 '짝패' 등 TV드라마를 했다. TV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맛보기를 했다.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이번에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방송과 영화에서 보인 모습이 각각 다른데.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방송을 하면서 영화를 하려다 솔직히 삐걱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래서 다시 영화에 주력하고 싶었다. 이 영화를 택한 건 나름의 복안이었다. 대놓고 코미디는 꺼리지만 상황에 맞게 진지한 역이니깐. 결과는 보시는 분들이 선택하시는 것이지만 앞으로 갈 길은 명확하다.
사실 공형진은 선입견에 둘러싸인 배우 같은데. 스스로도 영화인이란 생각이 단단하다보니 비 연기자 출신, 예컨대 개그맨이나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고. 또 외부에선 공형진을 코미디 배우, 장동건과 친한 배우 등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은데.
적확한 지적이다. 나 아닌 사람을 내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만 나 스스로 영화인이란 생각이 단단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점점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면서 바뀌어 간다. 아이돌 같은 경우도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하는지 지켜보고 분야를 떠나 얄팍한 정보만으로 편견을 갖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선입견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미친 인맥이다, 이런 이야기를 내가 하고 다닌 것은 아니다. 이제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이야기고, 가십으로 이야기하시는 분들에겐 정중히 말씀 드린다. 약간 민망한 것은 내가 그들을 통해 이익을 본다는 시선인데, 내가 나이가 몇인데...
요즘 드는 생각은 나나 잘하자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주지 말자는 것이고. '커플즈'가 참 좋았는 게 5명의 하모니가 잘 이뤄졌다. 내가 그 중 제일 선배다보니 예전이라면 뒷짐 지고 있었을 법도 한데 요즘은 오히려 내가 후배들이 혹시 불편해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부분이 있더라.
주연과 조연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면 조연인데. 주,조연을 넘나드는 배우에 대한 욕심이 있나.
넘나든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업그레이드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얼마나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주,조연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는 게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감이 중요한 것 같다. 1인극이자 우리나라에서 초연을 한 '내 남자는 원시인'이란 연극을 했다.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나 밖에 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와 '씨네타운'을 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기쁘다. 또 DJ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그동안 언제나 게스트 입장이었는데 호스트가 되면서 듣는 입장이 되는 게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이시영과 오정세와 직접적인 호흡을 맞췄는데.
이시영은 첫 인상이 끌리진 않았다. 기본기가 튼실하진 않다. 하지만 표현이나 흡수가 아주 빠르다. 코미디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시영이 약을 타는 장면은 원래 내가 안 보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보는 것으로 갑자기 설정을 바꿨다. 당황하는 것 같더니 능청스럽게 비타민이라고 받아치더라.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오정세는 그런 역은 잘못하면 '쌈마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균형을 정말 잘 유지한다. 내공이 깊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조심해야 한다, 난 조심을 못했다고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찾는 이미지가 지금 다른 것 같은데.
글쎄 말이다. 사극 두 번 했는데 사극을 많이 한 줄 안다. '추노' 같은 역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해내느냐, 못해느냐는 결국 배우의 몫인 것 같다.
공형진은 까칠하다는 선입견도 있는데.
까칠하다. 내 기준이 아닌 것 같으면 까칠해진다. 두 번째까진 관대하려 하지만 세 번째는 못 참는다. 오늘도 헤어샵에서 잘나가는 어린 후배가 발을 꼬면서 목만 움직이며 인사를 하더라. 그래서 바로 그렇게 인사를 하면 어떡하냐고 혼을 냈다. 그 친구는 내가 까칠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 친구가 몰라서 그렇게 했지 않겠나.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도 선배의 몫이다.
장동건, 현빈 등 친하게 어울리는 동료들이 있다. 그 동료들 중 누군가 해코지를 당하면 강하게 반발하던데.
내가 그들의 대변인은 아니다. 다만 오해를 하는 사람이 나보다 그 친구를 모르면 정보를 준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 술자리에서 영화사 사람들과 미팅이 있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내가 잘 아는 동료에 대한 루머를 이야기하더라. 말도 안 되는 루머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 테이블을 찾아갔다. 실례한다며 내가 그 친구를 잘 아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톱스타가 꼭 돼볼 생각이다. 그들이 어떤 상처와 의미를 갖고 사는지 알 수 있도록.
언젠가 톱스타가 꼭 돼볼 생각이다,를 제목으로 써도 되겠나.
그러세요. 다만 오해가 없도록 알아서 잘 해주세요. 그냥 톱스타가 되면 톱스타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이란 게 있는데 그런 게 어떤 것일지도 궁금하기도 하다.
출처 : 스타뉴스
'Kong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택시` MC 공형진 `내 섭외 비결은...`_2011.11.7 (0) | 2011.11.10 |
---|---|
공형진, `할리우드서 밑바닥 연기부터 시작하는 꿈도 꿔`_ (0) | 2011.11.04 |
[인터뷰] <커플즈> 공형진 “진정한 멀티플레이어, 욕심난다”_2011.10.26 (0) | 2011.10.27 |
공형진 `이제 시동 걸었다..두고보시라!`_2011.3.20 (1) | 2011.03.23 |
공형진 “영화제 부위원장 힘들다고 하니 임기 3년이라네요”_2010.7.16 (1) | 2010.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