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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 Story

공형진, `할리우드서 밑바닥 연기부터 시작하는 꿈도 꿔`_

'커플즈'서 댄디한 조폭 역 맡아 선 굵은 남성미 선보여
라디오 DJ·예능 프로그램 MC로도 맹활약
"장동건·원빈 등 후배들 명성에 기댄다는 오해는 불편"


라디오 진행부터 인기 예능 프로그램 MC, 본업인 연기까지 팔방미인으로 활약 중인 공형진(42)이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댄디한 매력을 추가했다.


김주혁, 이윤지, 이시영, 오정세와 함께 주연을 맡은 독특한 구성의 코믹 멜로 '커플즈'(감독 정용기)에서 사랑에 빠져 새인생을 개척하려 하지만 연인(이시영)이 자신의 돈을 들고 튄 사실을 깨닫고 갈등에 빠지는 조폭 중간 보스 병찬 역을 맡았다.

공형진은 지난해 드라마 '추노'에 이어 올 봄 '짝패'에서 기존의 코믹한 매력과는 상반된 가슴을 울리는 감성 연기와 묘하게 풍기는 악한 카리스마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다섯 주인공이 얽히고설키는 로맨스와 사라진 돈 2000만원의 행방을 독특한 구성 속에 풀어낸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 '커플즈'에서는 핸섬한 외모에 정체가 의심스러운 조폭 역을 맡아 기름기를 뺀 담백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연기자로서 방송인으로서 최고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배우로서 아직도 못해본 게 너무 많다. 딸린 식구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할리우드로 가서 연기의 맨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꿈을 꾼다. 지금은 내 인생의 전반전을 마치기 직전이다. 하프 타임 때 열심히 준비해 후반전에서 승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병찬 역을 통해 코믹과 댄디한 매력이 공존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병찬에 대해 부가적 설명을 많이 할 수는 없었지만 암흑세계에 있다가 꽃뱀이 직업인 여자를 사랑하게 돼 개과천선 시키려는 인물이다. 병찬 또한 암흑세계 생활을 이미 정리한 인물이다. 다섯 등장인물 중 가장 무거운 성격이지만 크게 힘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수위 조절을 하려 했고 내 기존 이미지 중 코믹한 부분도 살짝 가미했다. 특히 나리(이시영)를 그리워하며 사진을 만진다던지 장면과 복남(오정세)를 혼내주는 장면에서 팬티를 씌우는 장면 등은 애드리브다.

오버하지 않는 코믹 연기의 디테일이 좋더라.

예전에는 내가 혼자 부각되고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남기려 했다면 점점 그런 게 얕은 수로 느껴진다. 전체 흐름에 위배되거나 하모니를 저해하지 않으려 했다. 이번 작품의 묘미는 다섯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는 구성에 있었으니까 내가 굳이 심하게 웃기려 들 필요가 없었다. "설사 많이 했냐, 나는 헐었다"라고 대사하는 장면처럼 그냥 씩 웃고 넘어갈 정도의 코믹을 구사했다. 선을 넘지 않으려 줄타기하며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해 드라마 '추노'의 업복이 역으로 큰 호평을 얻었다. 오랜만에 정극 연기로 사랑받은 소감은.

'추노'의 23~4부의 오열 연기나 분노 연기를 할 때 훨씬 기분도 편하고 쉽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그런 연기가 더 편하다. 오히려 웃음에 대한 강박이 있을 때 더 불편하고 어렵다.

병찬이 진작 조직폭력배 생활을 접었다는 설정이 너무 짧게 설명되는데.

두 명의 인물만 놓고 설명하기도 벅찬데 5명의 인물이 주인공이다 보니 한 인물에 대한 충분한 묘사나 설명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들의 하모니에 주목해달라.


이시영이 언론시사회에서 공형진 선배가 최고라 극찬했는데.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그렇게 느꼈다니까 고맙다. 평소 파트너들을 꽤 친밀하게 챙기는 편이다. 촬영하는 동안만큼은 내 파트너들에게 오빠로서 신뢰를 주고 의지할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해야 시너지가 생긴다. 이시영은 승부 근성이 대단한 후배다. 정말 복싱과 연기에 열의가 대단하다. 촬영날도 아침에 몇 시간씩 뛰고 온다. 배우로서 가진 꿈만큼 복싱에 대한 꿈도 대단하다.

이시영 증언으로는 건방진 후배들은 사람 취급도 안한다던데.

요즘도 그런 경우가 몇 명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나도 마음을 많이 비웠다. 요즘 신인들의 가장 큰 착각은 한두 작품이 떴다 하면 자기가 배우인 줄 안다는 거다. 예전에는 선배들에게 인사하는 법부터 배웠다면 요즘은 많이 다르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사회 생활의 기본이 인사 아닌가. 그런 친구들이 과연 배우로서 족적을 남길까. 천만의 말씀이다. 인사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가장 인상 깊게 인사를 한 친구가 가수 윤도현이다. 5년 전엔가 공항에 있는데 누가 헐떡거리며 뛰어와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윤도현이라는 가수입니다'라고 하더라.

이영자와 함께 MC를 맡은 '택시'가 tvN 최고 효자 프로그램이라던데.

며칠 전 이미경 CJE&M 부회장님과 '택시' 팀 회식을 했다. tvN에서 가장 걱정 안 하는 프로그램이라더라. 처음에 MC를 맡은 2년 동안은 이영자 누나와 삐그덕 대기도 했다. 둘 다 개성도 강하고 성격도 센 편이니까, 그런데 2년 지나면서 내홍을 겪은 후 이제 서로를 이해하고 애착을 갖게 됐다. 이영자씨는 개그맨으로 일가를 이룬 분이고 나는 배우니까 서로 역할 구분이 확실히 된다. 영자 누나는 매우 섬세하고 여성스럽다. 속정도 매우 깊은 사람이다. 영자 누나가 게스트들을 할퀴거나 웃겨주면 나는 감싸주고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요즘에는 인기 배우들 중에 '저 언제 '택시' 타요?'하고 묻는 사람도 많다.

장동건, 현빈, 원빈 등 톱스타들과 친분 때문에 그들의 인기에 동반한다는 오해도 있다.

나도 정말 그 부분이 답답하다. 그들과는 작품 때문에 친해진 거다. 친하게 지내다 보니 그들이 나를 찾은 거지 내가 그들을 찾은 게 아니다. 공교롭게도 한국 대표 톱스타이다 보니 그렇게 비쳐질수 있다. 그게 희화화 되서 내가 그들의 소통창구인냥 방송에서 우습게 포장되는 게 굉장히 괴롭다. 형이 되서 동생들 네임밸류를 팔아먹는다는 오해가 너무 안타깝다. '형이 하는 프로그램인데 우리가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내 프로그램에 나와 준 의리파들이다. 애써 부인하고 싶지도 않고 부각되지도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그 분들이 유독 공형진을 찾는 이유가 있을텐데.

그 친구들에게도 아쉬운 면이 있다. 그 친구들 뿐만 아니라 친분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스타가 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들이 언론이든 방송이든 알러지처럼 노출을 꺼리는 데는 분명 그들만의 이유가 있다. 그 부분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방송과 언론에 노출되야 하는 건 우리 일을 하는 사람들의 권리이자 의무다. 배우들은, 대중 예술인은 한 번 대중이 고개를 돌리면 끝나는 거다. 방송에 출연하고 언론에 많이 나오면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버려야 된다. 다만 나와 친한 스타급 연예인들이 내 프로에 더 나와 주고 하는 건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그냥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같은 동료, 선후배로서 서로 지킬 것을 지키며 살아오다 보니 서로 좋아하는 관계가 된 것 같다.

영화 '대한이 민국이' 등 몇 작품에서 코믹한 이미지에 소모 당했다는 느낌도 있다.

당시 내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을 표현하려 했던 부분인데 내 불찰이다. 그래도 후회는 안한다. 작품을 치기 어리거나 쉽게 접근한 건 아니었다. 뭔가 모르게 충족이 안됐다. 배우들의 호흡일수도 있고 작품이 미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무도 방만했던 사람은 없다. 표현하려고 했던 목표가 부족했던 것 같다. 아직도 그 작품이 잘되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국내에서 '덤앤더머' 같은 캐릭터 중 잘 된 작품이 뭐가 있나. 어려운 장르임에는 분명하다.

'커플즈' 속 스타일을 보니 느와르 영화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웃음기 뺀 느와르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악역도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악역을 조금 다른 각도로 본다. 우리 삶은 선과 악이 늘 공존한다. 절대 악이나 절대 선은 없다. 극악무도한 악인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악인은 아니다. 악역이라도 충분한 정당성만 부여된다면 충분히 매력적일수 있다.

배우로서 꼭 해보고 싶은 목표는.

처자식만 없다면 지금 당장 미국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누린 모든 걸 버리고 밑바닥 배우 인생부터 시작해 보고 싶다. 지금은 전반전을 끝내기 직전의 시간인 것 같다. 살면서 정말 힘든 시간이 몇 번 있었다. 아주 안 좋은 마음을 가진 적도 있다. 그 때 나를 일으켜 준 생각은 아직 배우로서 못해본 게 너무 많다는 거다. 나는 여전히 진행형이기에 후반전 때 더 승부를 걸고 싶다.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