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극 <내 남자는 원시인> 공형진②, “진영이, 꿈에서도 한 번 봤어요"
인터뷰를 정리하다보면 아까운 이야기들이 있다. 그날 인터뷰 주제와 벗어난 것들, 흔히 말하는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그렇다. 인터뷰라는 게 결국은 대화이기 때문에 말을 글자로 옮겼을 때 그 흐름에 벗어나는 대목들이다. 그래서 뉴스로 뽑아낼 만한 성격도 아니다. 일인극 <내 남자는 원시인>의 주연배우 공형진과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하다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꽤 된다. 故장진영 이야기, 꿈에 대한 생각, 아들 준표에 대한 사랑 등등, 공형진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지면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은 이럴 때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옮긴다면 배우 공형진보다 사람 공형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엿보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나서 인터뷰 자투리를 옮긴다.
♥ 장진영 씨 소식에 라디오 방송에서 많이 울었어요.
흠, 부산에 갔을 때 해운대 앞에 있는 추모관에 가봤어요. 그 곳에 드레스가 있는데 청룡영화제 때 입었던 드레스였어요. 그때, 그러니까 그 드레스를 입었던 그 때 제가 영화제 하기 전에 진영이한테 전화해서 “진영아. 네가 (상)받는다.”라고 말했더니, “오빠, 무슨 소리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무조건 네가 받아.”라고 장담했었는데, 정말 그 때 상을 받고 진영이가 (시상식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저를 막 치면서 “오빠, 오빠!” 그랬던 드레스거든요.
(그는 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눈시울이 이미 뜨거워졌다.) 그리고 꿈에서도 한 번 봤어요. 사실 요 몇 년간은 예전만큼 자주 보지도 못했어요. 예전엔 굉장히 친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장진영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좋은 곳에서 돌아다니고 있겠죠.(웃음)
♥ 마침 제가 함께 하는 수요일에 부고 소식들이 많아서 라디오 방송에서 눈물 흘리시는 걸 많이 보게 됐어요.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 같아요. 전 어릴 때부터 누구하고 시비가 붙는다거나 싸움을 하면 절대 안 울어요. 그런데 <인간극장>이나, 영화나, 하다못해 뉴스를 볼 때 슬픈 부분이 나오면 엉엉 울어요. 그건 제가 배우라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워낙에 감수성이 예민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전 강해야 될 땐 필요 이상으로 강하고 제가 불쌍하고 안쓰럽다고 생각이 들면 그냥 못 지나치는 것 같아요.
♥ 공형진은 사람 좋아 보인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누구에게나 털털하고 친근할 것 같고. 더 나아가선 속없는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요. 그런데 막상 보면 좋고 싫고가 분명한 사람 같아요.
예, 맞아요. 전 굉장히 정확한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털털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가식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그 부분도 저에요. 유쾌하고 재밌는 것, 그것도 저에요.
그런데 일에 대해서는 대단히 정확하고 아주 예민한 사람이 저에요. 전 일할 때만큼은 그래요.
제가 마음먹고 트집 잡으려면 얼마든지 그러겠죠. 그래도 제 연기 경력이 20년이 됐는데.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돼요. 그럴 이유도 없고요. 모두가 좋자고 만난 거잖아요. 예를 들어 인터뷰도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굳이 나와서 시계보고, “빨리 끝내자”는 식으로 말하고, 그럴 바에는 안하면 되요. 이왕 하겠다고 했으면 상대방이 시원하게 해주면 되요.
일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요. 각자 하고 싶은 것만 잘하면 되죠. 다만 그것을 가지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라는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제가 정해 놓은 기준이 있어요. 항상 오버플로우해서 정해놓는 편이죠. 그래서 이 정도면 내가 잘해주는 건데 라는 생각이 있을 때 상대방이 그것을 알아주고 “정말 고맙다.”라고 하면 더 하고 싶죠. 그런데 제가 오버해서 정해놓은 기준을 넘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 확 하기가 싫어져요.(웃음)
♥ 그래서 하는 이야긴데 ‘못된’ 연기도 정말 잘할 것 같아요.
저, 진짜 잘할걸요. 스크루지, 이런 연기 정말 잘할 거에요.(웃음)
♥ 약간 투덜이 스머프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시죠?(웃음)
맞아요, 그럼요. 저 충분히 있어요.(웃음) 대신 제가 야구단에서도 그렇고, 사무실에서도 그렇고 제가 투덜거릴 땐 이유가 있어요. 절대 이유 없이 투덜거리진 않아요.
그리고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잘못을 했어요. (매니저를 가리키며) 만약에 저 친구가 잘못을 했다고 쳐요. 그럼 저 친구가 그걸 모르겠어요? 잘못한 거 알죠. 그럴 땐 전 그냥 넘어가요. 한번 보고 넘어갈 사람이면 제가 꼭 찍어 혼내면 되요. 하지만 저 친구는 제 분신 같은 사람이고 대외적으론 저라고 생각해야 하는 사람인데, 거기다가 욕을 할 필요는 없죠. 그래서도 안 되고요. 하지만 만약 그 실수가 반복이 되고 만연시 된다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할 필요는 있겠죠. 물론 제가 기대치가 높아서 투덜거릴 때도 있어요. 하지만 상대와 제가 그저 그런 관계라고 생각할 땐 절대로 뭐라 하지 않아요. 저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웃음) 상대방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형벌은 무관심이잖아요. 그 사람이 잘못하거나 말거나 저한테 피해만 안주면 아무 말도 안 해요.
[공형진②-2, “진영이, 꿈에서도 한 번 봤어요”에 계속]
출처 : 맥스무비 김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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