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ng Story

공형진②-2, “진영이, 꿈에서도 한 번 봤어요”

♥ <내 남자는 원시인> 보도자료 보니까 “20년 연기 인생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고 써 있더라구요. 그러면 앞으로 20년은 어떨 것 같으세요?

어느 분야에서 5년 이상 10년 정도, 기자 경력도 오래되면 이런 게 가짜인지 진실인지 척 보면 알잖아요. 하물며 연기가 지금 20년째니까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한다는 말은 개똥같은 거예요. 대신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의미지. 그것도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제가 90살까지 살지, 70살까지 살지 모르는데 20년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이걸 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제가 기자랑 만났는데 그 기자가 제 라디오 식구여서 “어, 형호가 왔네?”라고 아는 척할 수 있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다른 것은 의미가 없어요.

아마 오늘 제 칼럼에 나왔을 거예요. 금요일 마감인데 제가 쫓겨서 토요일 12시에 써서 보냈어요.(웃음) 상황이 급하니까 글이 안 써지는 거죠. 뭘 써야하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 순간 ‘아,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잘 사는 법’에 대해서 썼어요.

그러니까 전 ‘내 앞에 당면한 과제부터 잘하자’라는 생각이에요. 지금 처해있는 상황부터 어떻게든 해놓고 나중 일을 생각하자 라는 입장이죠. 예전엔 어떻게든 계획을 세워서 빠르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지금이나 잘하자.” 싶은 거죠.

 

♥ 질문을 반대로 하면, 20년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방금 말한 맥락에서 말하자면, 20년의 결과가 지금 이 순간이죠.(웃음)

사실은 전 20년이라는 세월이 믿기지 않아요. 아직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다니고 있는 학생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우리 스무 살 때 마흔 살 먹으면 죽는 줄 알았잖아요.(웃음) 초등학교 때는 고등학생들만 봐도 “우와 아저씨 같다.”고 그랬죠.(웃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얼마나 치기 어렸고, 경거망동 했었는지…….

심지어 저는 유치원 때 제 짝꿍이 뭘 입고 왔었는지 기억하고, 그 당시 유치원가를 기억해요. 지금도 제가 유치원생인 것만 같아요. 그런데 제가 곧 마흔두 살이 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인정을 못하겠어요.(웃음) ‘내가 영화를 정말 39편을 했어?’, ‘내가 정말 20년 동안 연기를 했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 오늘(23일) 칼럼 “잘 산다는 건...”을 보면, 지금 어떤 고민의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썼어요. 과연 존경받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윤택한 삶을 살 것인가? 라면, 전 당연히 윤택한 삶을 살 것이라고. 정말 개탄스럽고 한심하지만 그것이 제 자화상인 거예요. 지금 생각하는 제 딜레마고요.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투영될 것인가?”라는 질문이지만 결국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그리고 제가 그런 주변머리도 없어요. 누구한테 가서 “나 좀 어떻게 해주렴”하고 말도 못해요.(웃음) 그러니까 아주 죽겠어요.(웃음)

 

♥ 칼럼에 쓴 “꿈이 아직 남아있다”라는 문장이 가장 와 닿았는데. 꿈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말은 이룬 꿈도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룬 꿈이요? 있죠. 아들 있잖아요.(웃음) 아들 없는 사람도 많은데 전 있으니까요.(웃음) 그리고 전 제 집을 장만하고 싶다는 꿈도 이뤘어요. 아버지 도움 안 받고요. 그런데 이제 도움 좀 받고 싶어요.(웃음) 누가 나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웃음)

 

♥ 꿈을 이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과연 이걸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흔히들 꿈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고, 그리고 갈구하면 이뤄진다고 하죠. 하지만 전 반대라고 생각해요. 너무 갈구하면 오히려 안 이뤄지는 것 같아요. 너무 갈구하면 집착이 되는 것이고, 집착이 되면 당연히 내 눈이 가려지거든요. 그럼 객관적이지 못해지죠.

저는 20대 때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어요. “쟤가 이렇게 잘 되는데 나는 안 된단 말이야? 이게 말이 돼? 평소엔 내가 훨씬 더 잘하는데. 그냥 때가 아닌가 보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장동건이랑 친하다고 장동건이 될 수 있겠어요? 그건 구조적으로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도 장동건처럼 되고 싶다고 아등바등하면 그건 제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거죠. 단! 장동건이 못하는 것을 제가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세상에 대통령만 있으면 어떡해요. 정무수석 있어야 하고, 인사참모도 있어야 하고, 비서실장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정무수석이라고 해서 제 인생이 정무수석인 것은 아니에요. 제 일이 정무수석인거지. 전 공형진이에요. 공형진으로 살아가는 거죠. 다만 (아들) 공준표가 공형진처럼 살아가고 싶다 하면 말릴 거예요.

 

♥ 어떤 의미에서요?

공준표는 공준표처럼 살아야 하고, 공형진보다 나은 공준표가 되라는 거죠. 절대 “내가 정답이니까 나처럼 살아라.”라고는 안하죠. 제가 봤을 때 제 인생의 정답은 제 아버지에요. 하지만 전 그렇게 살지 못했죠.

전 지금도 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또 무서워해요. 그런데 준표가 내 나이가 됐을 때 ‘난 우리 아버지를 존경해’라는 생각은 안할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그만큼 못해줘요.

 

♥ 하지만 그런 마음 자체가 남자라면 아버지에게 느끼게 되는 경외심 아닐까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희 아버지가 저한테 해준 것에 비하면 제가 제 아들에게 못해주고 있거든요.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기본적인 제 소양의 차이, 인격의 차이, 그리고 제 직업에 관한 이기주의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거죠.

물론 저희 아버지가 절 사랑한 만큼 제 아들을 사랑해요. 그래도 제가 제 아들을 혼내다가도 ‘아, 이거는 인력으로는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만하게 버려두자는 것이 아니고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거죠. 나중에 준표가 저를 존경해주면 물론 고맙겠죠. 하지만 그것을 바라진 않아요. “아버지니까 존경해야해.” 라는 말은 못해요. 물론 가족이니까 사랑은 해야 해요. 하지만 제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존경을 받을 정도는 못해요. 전 제가 미흡하다는 것을 알아요.

 

♥ 2010년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추노>가 2월 말까지 할 거고요. 그리고 연극 <내 남자는 원시인>도 1월 말까지 할 거고요. 그리고 라디오와 <택시>는 계속해나갈 거고, 다른 작품들은 현재 결정은 안 했지만 2월 이후가 될 것 같아요. 영화는 지금 서너 작품 이야기 중이구요. 내년엔 제가 영화에 매진해야할 것 같아요.

 

♥ 맞아요. 영화하세요.(웃음) 우리에겐 영화배우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공형진씨가 TV 드라마에 나오시면 뭔가 느낌이 이상해요.

(웃음) 맞아요, 저도 솔직히 그런 게 있어요. 제가 비록 방송 공채기수이긴 하지만 영화로 출발을 했고,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서 정말 애썼던 놈이고, 영화배우라는 타이틀 얻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아는 세대여서 영화에 대한 애착이 제일 커요.(웃음)

출처 : 맥스무비 김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