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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스크랩/2009 history

<내 남자는 원시인> 공형진과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면?

<내 남자는 원시인> 공형진과 카페에서 수다를 떤다면?

 

 

목 주변은 울긋불긋 달아오르고, 옷은 흠뻑 젖은 채 배우 공형진이 눈물을 머금는다. 눈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물이 고여 있지만, 그는 더 이상 울지 않고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황급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공형진이 1인 코미디 연극에 도전하고 있다.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70회 전회를 더블캐스팅 없이 혼자 꾸려간다. 소극장 무대를 혼자 채워야 한다는 중압감. 공형진의 어깨에는 이런 책임감이 돌덩어리처럼 누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3일 첫 공연이 끝난 후 그의 땀과 눈물은 관객들의 박수로 돌아왔다.

<내 남자는 원시인>은 롭 베커 원작으로 1991년 미국에서 초연된 이후, 2년간 700회 넘게 관객들을 만났다. 1인극 최장기 공연 기록이다.

그는 이번 연극에서 지극히 평범한 남자 '형진' 역을 맡았다. 연극은 남녀 간의 차이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고 그래서 남녀 모두 상처받는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향해 비꼬는 말인 "그래, 니네 잘난 남자들이란..."은 남녀의 갈등을 보여주는 극명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내 남자는 원시인>에서 공형진은 의도적으로 이 문장을 반복한다.

'남녀의 행동의 차이는 왜 생길까'는 의문에 대해 연극은 이렇게 답한다. 태초부터 남자들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해도 되는 사냥을 주로 하고, 여자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채집생활을 주로 해왔다는 것.

남녀의 이런 역할 분담이 가치관의 차이를 불러오고, 이런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행동의 차이가 온다는 것이다. 남녀는 서로 다르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연극 안에 내포되어 있다.

연극은 최소한의 무대와 소품만을 배치했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오로지 공형진의 행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1인극만의 매력이다. 배우와 관객이 몸 속 세포까지 동화되는 듯한 느낌. 공형진은 이를 담백하게 처리했다. 부담스럽지도 과하지도 느끼하지도 않게 모든 행동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흥미롭다.

그는 연극에서 쉴 새 없이 떠든다. 짜여진 대사와 즉흥 대사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공형진의 연기는 자연스럽다.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형진과 어느 한가로운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그만큼 유쾌하고 즐겁다. 관객들은 끊임없이 웃고, 공형진은 끊임없이 열정을 쏟아낸다. 공연은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관.

출처 : 맥스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