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
요즘은 날씨가 많이 들쭉날쭉하다. 환절기이기 때문일까. 빨리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 흐린 날도 싫고 꽃샘 추위도 싫다.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며 지내는 편은 아니지만 지난 겨우내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힘들게 지나온 터, 따스한 봄 햇살을 조바심 내며 기다리게 된다.
이 겨울의 끝자락이 괜스레 짜증도 난다. 마치 봄이 되면 막연하게 밝은 햇살과 더불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은, 부질 없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시간을 붙잡고 있을 순 없고, 자연적으로 오지 말라고 해도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자연은 한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고 우리에게 늘 같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들도 자연의 일부로서 그와 같은 계절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간다.
시간의 흐름!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고 멈추게 하고 싶은 것이 영생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 아닐까?
얼마 전 우리는 국가의 큰 어르신 한 분을 잃었다.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다. 그분의 선종을 지켜보면서 가슴 한 켠 아쉬움과 애석함이 전해왔다. 비록 나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모든 종파를 떠나 일생을 약한 자와 없는 자들 편에 서시며 국가의 어른으로서 기강을 잡아 주셨던 분 아니었던가. TV로나마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면서 이젠 영원히 하나님의 품에서 편한 휴식을 누리시길 기도했다.
추기경님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또 한번 깨달은 것이 있다. 인생을 너무나 숭고하고 값지게 마무리한 분의 표정은 정말 천사와도 같이 고왔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 사람의 가치와 사상 그리고 행동에 따라 얼굴이 변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기한 사실이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눈은 마음의 창’ 이라고….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하셨던 말씀을 들으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를 혼자서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알아가며 그 말뜻이 무엇이었던가를 알게 될 즈음 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나의 모습이 예전과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 있었다. 눈빛이 흐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내가 얼마나 탐욕스럽고 이기적으로 살아 왔는가’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무리 그렇지 않은 듯 포장하고 부인해도 소용 없었다. 나는 가열차게 열정적으로 산다는, 그럴듯한 겉치레로, 어릴 적 내가 지니고 있던 순수함을 저버린 채 아둥바둥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저마다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철이 들고, 덜 들고의 차이와는 또 다른 문제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나는 나의 인상과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흐려진 내 눈빛을 어떻게 다시 맑은 눈빛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비록 추기경님의 표정처럼 된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말이다.
남에게 존경 받는 삶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신에게 부끄러운 삶은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 덕목이 있겠지만 가까운 데서부터 실천하고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남에게 존경 받기도 어렵겠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이 자기 가족을 비롯한 측근에게 존경 받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남에겐 어느 정도의 눈가림이 가능하지만 가족은 자신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누구에게 존경 받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자신을 컨트롤하면서 인격적으로 사는 삶, 그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다시 한번 추기경님의 명복을 빌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 수 있는 인격이 좀 더 성숙되길 빈다.
P.S 확실히 인상은 잘생기고 못 생기고의 차이는 아닌 듯싶다. 난 어중간하다.
출처 :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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