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리브는 내가 한 수 위`
평소 애드리브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임현식과 공형진이 영화 `라이어`에서 만났다. 방송계 대선배인 임현식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애드리브 연기로 유명하지만 코미디언 출신 공형진도 만만치 않은 상대. 둘의 불꽃 튀는 애드리브 대결은 영화 `라이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후배인 공형진은 심사숙고파. 두 여자를 거느리고 있는 친구 만철(주진모 분)을 부러워하는 대목에서 땅마다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일일 생활계획표를 만드는 것은 공형진의 순수 아이디어였다. "새벽 2시에 명순이네 가서 떡치고, 7시 압구정동에 가서 또 치고." 초등학생이나 그릴 법한 생활계획표는 김경형 감독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만철과 현상금 나눠먹기를 흥정하는 부분에서 7대3까지 뜯어내는 즉흥 애드리브도 성공적이었다. 만철의 아내 명순(서영희 분)을 알츠하이머 환자로 몰아가는 것도 공형진의 애드리브였다.
임현식은 애드리브 연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인물. 촬영 초기 서로 누가 먼저 시작할까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콘티를 과감히 무시하고 첫 애드리브를 던졌다. 상구(공형진 분)를 만철로 알고 있는 김기자(임현식 분)는 `상구`는 자기 아들의 이름이라고 거짓말하는 상구에게 "응, 그래. 상구 학교 갔다고? 몇 학년 몇 반?"하고 물어보는 것은 임현식 애드리브의 압권. 임현식은 `침묵 속에 커피를 먹는다`고 돼 있는 장면에서 `후루룩` 커피를 마시고, 커피로 입까지 헹구는 등 특유의 애드리브로 좌중을 웃겼다.
촬영현장에서는 출연진이 임씨의 애드리브에 폭소를 터뜨려 NG를 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는 말. 제작진은 임현식의 경우 카메라로 한 번 찍을 때마다 애드리브 대사가 계속 바뀌어 가장 좋은 애드리브가 나온 장면을 최종 선택했다며 임현식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가발을 쓰고 "헛지랄"이라고 뇌까리는 애드리브도 관객의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메가폰을 잡은 김경형 감독은 "배우들의 힘이 대단했다. 나 자신이 첫 번째 관객이 돼 배우들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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