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게 참 그래. 어느 목숨 하나 사연 없는 목숨이 없는 것 같고."
-추노 中 업복이 대사-
2008년 준비했던 영화 네 편이 줄줄이 엎어졌다. 2009년 연극부터 케이블 방송까지 전력으로 매달린 건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지만 어느 날 문득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껴졌다.
"군중 속 고독'이라고 해야 하나. 가장 정신없을 시기에 누군가한테 위로받고 싶고. 그래서 더 업복이에게 매달렸을 수도 있죠. 아직 우울은 진행형인데, 답을 모르겠어요. 새로운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면 거기 빠져서 사느라 이런 생각 하지 않을 것 같고. 연예계는 그리 호락호락한 동네가 아니에요. 부침이 심하죠. 배우와 우울은 어쩌면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가 걱정스러워 우울을 나이 탓으로 돌렸다.
"연예인이 아니라도 남자 나이 마흔 전후가 되면 다들 그런 소리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전형적인 AB형 성격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외향적이고 웃긴 B형 같지만, 속으로는 예민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A형 같은 소심한 기질이 있다면서.
배우에게 우울증은 치명적이다. 공형진은 얼마 전 세상을 뜬 고(故) 최진영의 조문을 다녀왔다. 그와 고인은 같은 영화로 데뷔했다. 고인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담배 한 대만 피겠다며 인터뷰를 끊었다.
"누나(최진실) 장례식 후 진영씨가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고맙다며 앞으로는 자주 보자고 했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그리고 그 비보를 접했습니다. 어머니라도 뵈어야 할 것 같아 혼자 갔는데, 그 어머니 마음이 어떻겠어요? 두 자식을 다 그렇게…. 드릴 말씀이 없더라고요. 그 친구가 그야말로 편안하게 영면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전에는 자살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싫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배우라는 직업이 아이러니한 게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족에게 희생을 요구해요. 당연히 그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지만 그럼에도 직업에서 오는 괴리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몇 번 했어요."
데뷔 10년 차에 아버지가 인정, 그러나 연예인 지망하는 아들과는…
그는 중앙대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하고 1990년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배우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증권회사 사장을 지낸 부친은 장남이 연예인이 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열흘 남짓 숙고한 끝에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 널 도울 만한 여력과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부친에게 처음 인정을 받은 것은 영화 '파이란'에 출연하고 나서다. 이미 데뷔 10년 차가 됐을 무렵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버지가 제 직업을 인정해 주셨어요. 처음으로 아버지와 친해졌습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만 해도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가 대단했어요. 자격지심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 감히 필적하지 못할 분이라고 여겼어요."
지금 그는 연예인을 지망하는 중학생 외아들과 냉전 중이다. 아들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도 여느 아버지와 다르지 않았다. 속으론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은 서투른 아버지.
"솔직히 연예인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애가 둘 셋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아이가 저 같은 짓을 많이 하기 때문에 속이 복작복작 타 들어가고, 이러다간 아이와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겠구나 싶어서 참으려 하지만 결국엔 화만 내고…. 저 혼자 있을 때는 좋은 아버지상을 생각하면서 결심하지만 아이와 마주하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고. 아주 그것 때문에 죽겠어요."
"톱스타 장동건도 여느 신랑처럼 긴장"
공형진에게 5월 결혼하는 절친한 동료 장동건·고소영 커플의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장동건 커플의 교제 사실을 미리 안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자신의 부인에게도 숨길 정도로 의리를 지켰다.
그에게 "장동건도 결혼을 앞둔 여느 신랑처럼 긴장하고 고민하느냐"고 물었다.
"왜 안하겠어요? 요새도 하루에 대여섯 번씩 통화해요. 처음 교제 사실을 알았을 땐 '동건아, 네 결정이 옳길 바라고 옳다고 본다'고 했어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아들 딸 잘 낳고 사회 모범이 돼서 잘 살길 바라면서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준비하라고 얘기해 주고 있어요. '이러이러한 상황이 올 때가 있다. 그때 형은 이렇게 했다'는 조언이죠. 하지만 제가 둘 다 워낙 잘 아는 친구라 잘 살 거라고 봐요."
현재 공형진은 1인극 '내 남자는 원시인'의 지방 공연을 앞두고 있다.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 해운대 문화회관, 5월 15일부터 16일까지 대구시민회관에서 공연된다.
그는 "차기작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스릴러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기존에 해왔던 역할이든 아니든 어떤 배역이 들어와도 충분히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업복이 만큼 멋진 그의 다음 모습을 기대해 본다.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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