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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스크랩/2009 history

눈빛부터 달라졌다 내 생애 첫 뮤지컬_2009.5.25

‘클레오파트라’ 시저 공 형 진

 


배우에게 불혹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설 시기다.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던 어느 날,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배우 공형진(40)을 만났다. 그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서 용맹한 장수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는 로맨티스트였던 시저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첫 뮤지컬 도전이지만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김승우 ‘드림걸즈’에 자극 받아
감정표현 노래로 오페레타 형식
이번공연으로 정찬우 만나 수확

“대학 때 뮤지컬을 매년 무대에 올리면서 진절머리가 났어요. 그런데 (김)승우가 뮤지컬 ‘드림걸즈’에 임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았죠. 다시 도전해본다면 제 승부근성을 표출할 수 있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그는 덥수룩한 수염과 곱슬곱슬한 헤어스타일로 인터뷰에 임했다. 연기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의 눈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상대를 압도하는 강렬한 눈빛이 이집트, 로마 역사책에서 봤음직한 시저의 모습 그대로다.

“출연을 결정하고 나니 감독님이 제 손에 악보를 쥐어주더라고요. ‘대본은요?’라고 물었더니 악보를 가리키며 ‘그게 대본이다’고 하시데요.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웠죠. 감정의 표현을 대사가 아닌 노래로 해야 하잖아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말 그대로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나는 오페레타 형식이다. 이집트 최후의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의 삶을 드라마틱한 요소와 화려한 의상, 심금을 울리는 절절한 멜로디로 그려낸다. 자칫 무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형진은 선뜻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극과 비슷해요. 무대 소품이나 배경은 이국적이지만 남녀의 사랑에 음모와 배신이 녹아들어 있고, 지극히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부분 등은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작품인 만큼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뮤지컬 배우 전수미와 450대1의 경쟁률을 뚫은 박란은 클레오파트라 역에 투톱으로 활약한다.

그는 정찬우, 여운과 함께 시저 역으로 트리플 캐스팅됐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색깔은 뮤지컬의 재미를 3배로 선사할 예정이다. 시저 역을 완성하는 데 동료배우 정찬우의 도움을 많이 받은 그는 “이번 공연으로 좋은 친구 하나를 얻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찬우가 선이 굵다면 저는 오밀조밀하게 생겼죠. 액션에서도 찬우는 큼직큼직한 데 반해 저는 임팩트를 중시해요. 외모나 연기가 다른 만큼 ‘공형진의 시저’를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눈을 부릅뜨고 소리만 지른다고 다 카리스마는 아니잖아요.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 객석을 장악할 겁니다.”

그는 ‘공형진의 시저’를 제대로 발견하려면 뮤지컬 넘버 ‘탈출’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탈출’은 궁지에 몰린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는 장면을 노래한다.

“용맹하게만 느껴졌던 시저의 여러 단면을 볼 수 있어요. 음모에 빠진 그가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는 장면에선 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도 나타나고요. 이어 ‘권력의 게임’에서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그는 이번 뮤지컬 도전이 ‘공형진의 재발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그냥 무대에서는 공형진이 아닌 시저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을 관람한 관객들도 ‘우와~ 공형진은 뮤지컬도 잘하는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더 좋겠죠.”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26일부터 7월12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 열린다.

출처 : 포커스신문